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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설 때마다 눈앞이 핑 돌고 캄캄해진다면 —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 빈혈이 아니라 자율신경계 문제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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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오시는 분 중에 "저는 원래 저혈압 체질이라 일어서면 늘 핑 돕니다"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침대에서 몸을 세울 때 순간적으로 눈앞이 하얘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고 하신다. 빈혈약을 몇 달째 드셨는데도 그대로라는 말에, 저는 혈압계부터 꺼낸다. 누운 채로 한 번, 일어선 직후와 3분 뒤에 각각 한 번씩. 그 세 번의 숫자가 진단의 절반을 결정한다. "빙빙 도는" 어지럼과 "핑 도는" 어지럼은 다르다 어지럼을 호소하는 환자를 볼 때 가장 먼저 가르는 질문은 "세상이 빙빙 도나요, 아니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쓰러질 것 같나요"이다. 전자는 이석증이나 메니에르병처럼 전정기관이 문제인 진짜 회전성 어지럼(vertigo)이고, 후자는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부족해지는 실신 전 증상(presyncope)에 가깝다. 자세를 바꿀 때, 특히 앉았다 일어설 때만 반복된다면 후자, 즉 기립성 저혈압을 먼저 의심한다. 진단 기준은 숫자로 정해져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운 자세에서 일어선 뒤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정의한다. 아침에 유독 심하고, 식사 직후나 더운 날씨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증상은 있는데 이 기준을 못 채우면 기립경 검사(tilt table test)로 더 정밀하게 확인하기도 한다. "저혈압 체질"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하나의 병명이라기보다 여러 원인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가깝다. 이뇨제·알파차단제·항우울제 같은 약물, 탈수, 오래 누워 지낸 뒤의 탈조건화가 흔한 원인이다. 그런데 당뇨병으로 인한 자율신경병증이나, 파킨슨병·다계통위축증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변비·후각 저하·렘수면행동장애 같은 증상이 함께 있다면, 혈압약만 조절하고 끝낼 게 아니라 신경과적 평가를 함께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