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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먼저 이상해졌다면 — 정상압수두증(NPH), 되돌릴 수 있는 치매를 놓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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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여덟 되신 어르신이 따님 팔을 붙잡고 들어오시는데,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잘 떨어지지 않았다. 따님은 “요즘 자꾸 깜빡하셔서 치매인가 싶어 왔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하나씩 되짚어 보니 순서가 달랐다. 걸음이 먼저 이상해졌고, 화장실이 급해진 것이 그다음, 깜빡거림은 가장 나중이었다. 이 순서가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이 먼저 무너지고 걸음은 한참 뒤에야 흔들린다. 반대로 걸음이 먼저 라면, 정상압수두증(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NPH)을 한 번은 떠올려야 한다. 세 가지 증상, 그리고 나타나는 순서 1965년 하킴과 애덤스가 보고한 이래 NPH의 전형은 보행장애 · 배뇨장애 · 인지저하 셋으로 정리된다. 모두 있어야 진단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는 보행장애 하나만 뚜렷한 경우가 오히려 흔하다. 다만 이 순서대로 나타났다면 가능성은 꽤 올라간다. 걸음의 모양도 특징이 있다. 보폭이 짧아지고 발을 끌며, 두 발 사이가 벌어진 채 자석에 붙은 듯 잘 떨어지지 않는다. 돌아설 때 한 번에 돌지 못하고 여러 걸음으로 나누어 도는 것도 자주 본다. 파킨슨병과 헷갈리기 쉽지만, NPH는 손 떨림이나 팔 흔들림은 비교적 유지된 채 다리 쪽만 굳는 편이다. 진단 — ‘정상압’이라는 이름의 함정 뇌 MRI에서 뇌실이 커져 있는 것이 출발점이다(에번스 지수 0.3 초과). 여기에 머리 위쪽 뇌고랑은 오히려 눌려 좁아지고 실비우스열은 벌어지는 소견(DESH)이 함께 보이면 의심이 짙어진다. 이름 그대로 뇌압은 정상 범위라, 압력이 정상이니 괜찮다는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압력의 절대값이 아니라 뇌척수액의 순환이다. 결정적인 검사는 요추천자 배액검사(탭 테스트) 다. 뇌척수액을 30~50mL 빼낸 뒤 며칠 사이 걸음이 실제로 좋아지는지를 직접 재 본다. 반응이 뚜렷하면 뇌실-복강 단락술(션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션트가 만능은 아니어서, 경막하출혈·감염·기기 고장 같은 합병증을 나이·동반질환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