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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대답해 준 걸 또 묻는다면 — 일과성 완전기억상실(TGA), 치매의 시작도 뇌졸중도 아닌 하루짜리 기억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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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를 데리고 진료실 문을 열었다. 전날 오후, 텃밭에서 일하다 들어온 아내가 "내가 왜 여기 있지?"를 스무 번쯤 물었다고 했다. 밥은 혼자 차려 먹었고, 남편 이름도 자기 이름도 정확히 말했고, 손발도 멀쩡했다. 그런데 방금 대답해 준 말을 십 초 뒤에 똑같이 다시 물었다. 저녁 무렵 거짓말처럼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아내는 그 반나절을 통째로 기억하지 못했다. 일과성 완전기억상실(transient global amnesia, TGA)은 이렇게 온다. 신경과 외래에서 보호자가 가장 겁에 질린 얼굴로 데려오는 증상 중 하나다. 기억만 지워지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1990년 호지스와 월로우가 정리한 진단 기준이 지금도 쓰인다. 요점은 이렇다. 발작이 목격자에 의해 확인 되어야 하고, 새로운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 전향성 기억상실 이 뚜렷해야 하며, 의식은 맑고 자기가 누구인지는 안다 . 마비나 감각 이상 같은 국소 신경 증상이 없고, 최근 머리를 다치거나 뇌전증을 앓고 있지 않아야 하며, 24시간 안에 회복 된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것이 특징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답을 들어도 그 답이 저장되지 않으니 몇 초 뒤 처음 묻는 질문이 되는 것이다. 대개 4~8시간쯤 지속되고, 회복된 뒤에는 그 시간대의 기억만 영영 비어 있다. 찬물 샤워나 수영, 격한 운동, 성관계, 심한 감정적 동요 뒤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두 가지 오해 첫째, "치매가 시작된 것"이라는 오해. 치매의 기억장애는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고 되돌아오지 않는다. TGA는 몇 시간 만에 완전히 원상복구된다. 성질이 다른 현상이다. 둘째, "미니 뇌졸중"이라는 오해. 순수하게 기억만 잃는 일과성 허혈발작은 매우 드물다. TGA에서 혈관이 막힌 증거가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반대로 "그러니 아무 문제 없다"고 넘겨서도 곤란하다. 메타분석에서 재발률은 약 13%였고, ...

가벼운 뇌진탕인데 두통이 몇 주째 안 낫는다면 — 외상후두통(Post-Traumatic Headache), ICHD-3 진단과 회복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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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젊은 환자가 들어옵니다. 두 달 전 계단에서 넘어지며 뒤통수를 부딪혔다고 합니다. 그날 응급실 CT는 깨끗했고, 의식을 잃지도 않았습니다. "뇌진탕도 아니라던데, 왜 아직도 머리가 아플까요." 이런 질문을 저는 한 달에 몇 번씩 듣습니다. 외상후두통이란 ICHD-3(국제두통질환분류 3판)는 머리 부위 외상을 겪은 뒤 7일 이내에 시작된 두통을 '외상후두통(Headache Attributed to Traumatic Injury to the Head)'으로 분류합니다. 뇌진탕처럼 의식소실이 없는 경미한 손상에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고, 오히려 손상 자체는 가벼웠는데 두통만 오래 남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발생 후 3개월을 기준으로 급성(5.1)과 지속성(5.2)으로 나뉘는데, 지속성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성인의 상당수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갈까 통증의 양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원래 편두통 소인이 있던 사람은 편두통과 거의 같은 형태(박동성·구역·빛 예민)로 나타나고, 목 근육 긴장이 겹치면 긴장형두통 양상이 섞입니다. 여성, 기존 두통 병력, 손상 당시 심한 통증, 그리고 손상 후 불안·수면장애가 함께 있는 경우 지속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여러 코호트 연구에서 확인됩니다. 뇌 영상이 정상이라는 사실이 통증이 '가짜'라는 뜻은 아닙니다. 구조적 손상 없이도 통증 신호 처리 경로 자체가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 손상 후 두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반복 구토·의식 변화·한쪽 팔다리 힘빠짐·발음 이상이 동반되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뒤늦게 나타나는 경막하출혈 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치료와 회복 원칙 가장 흔한 실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통증이 두려워 활동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 다른 하나는 진통제를 매일 복용하다 약물과용두통까지 겹치는 것입니다. 최근 지침은 완전한 안정보다 증상이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활동과 일상 복귀를 점진적...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면 — 마그네슘 부족이라는 오해, 안검연축·반측안면경련과의 구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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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선생님, 눈 밑이 며칠째 파르르 떨려요. 마그네슘이 부족한 걸까요?" 대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다만 아주 가끔, 떨림이 생긴 위치와 번져 가는 방향이 전혀 다른 병을 알려 주기도 한다. 구분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흔한 쪽 — 눈꺼풀 잔떨림(안검 미오키미아) 한쪽, 주로 아래 눈꺼풀이 잔물결처럼 미세하게 움직이는 상태다. 옆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본인만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눈을 감기게 할 만한 힘은 없다. 눈둘레근의 일부 근섬유가 예민해져서 생기는 양성 현상으로, 수면 부족·과로·스트레스·카페인·알코올·안구건조와 함께 나타난다.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저절로 가라앉고, 특별한 검사나 약이 필요하지 않다. 마그네슘 이야기 가장 널리 퍼진 설명이지만 근거는 생각보다 약하다. 눈꺼풀이 떨린다고 찾아온 분에게서 실제로 혈중 마그네슘이 낮게 나오는 일은 드물고, 보충제를 먹으면 잔떨림이 없어진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 준 임상시험도 없다. 마그네슘을 굳이 말릴 이유는 없지만, 먼저 손봐야 할 것은 잠과 커피다. (편두통 예방에서 마그네슘이 갖는 근거는 이와 별개의 문제이며, 그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따로 다뤘다.) 구분해야 할 두 가지 안검연축 — 양쪽 눈이 억지로 감긴다 국소 근긴장이상(dystonia)의 하나다. 양쪽에서 나타나고, 잔떨림이 아니라 눈이 꽉 감기는 수축이다. 밝은 빛, 바람, 독서, 긴장 상황에서 심해지고, 심하면 눈을 뜨고 있기 어려워 운전이나 보행이 위험해진다. 대개 50대 이후 시작되며 여성에게 더 흔하다. 초기에는 눈이 뻑뻑하고 눈부시다는 안구건조 증상으로 오인되기 쉽다. 1차 치료는 보툴리눔 독소 주사이고, 효과가 몇 달 유지되므로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반측안면경련 — 한쪽 얼굴이 아래로 번진다 놓치면 안 되는 쪽이다. 한쪽 눈 주위에서 시작해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같은 쪽 뺨과 입꼬리, 목까지 내려간다. 눈꺼풀 잔떨림과 달리 잠든 동안에도 이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