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어떤 날은 멀쩡하고 어떤 날은 딴 사람 같다면 — 루이소체 치매(DLB),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진단 기준과 항정신병약물 주의사항

루이소체 치매

보호자가 먼저 꺼내는 말은 대개 기억력이 아니다. "어떤 날은 멀쩡한데 어떤 날은 딴 사람 같아요." 혹은 "자다가 소리를 지르고 팔을 휘둘러서 옆에서 못 자겠어요." 진료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습관처럼 한 가지를 더 묻습니다. "혹시 방에 누가 있다고, 없는 사람이 보인다고 하시나요?" 대부분 놀란 얼굴로 그렇다고 답합니다. 이 세 가지 — 널뛰는 인지 상태, 잠꼬대를 넘어선 꿈 행동화, 실제로 없는 사람이나 동물이 보이는 환시 — 가 한 사람에게 겹치면 알츠하이머병이 아니라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DLB)를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기억보다 '주의력'과 '보이는 것'이 먼저 흔들린다

알츠하이머병은 최근 일을 자꾸 잊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루이소체 치매는 순서가 다릅니다. 초기부터 주의력과 공간 지각이 흔들려 방금 한 대화도 놓치고 길도 헷갈리는데, 정작 며칠 전 있었던 일은 또렷이 기억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손이 굳고 걸음이 느려지는 파킨슨 증상이 겹치면 진단은 더 분명해집니다. 개정된 국제 진단 기준(McKeith 2017)은 핵심 증상으로 ①인지 기능의 뚜렷한 기복 ②반복되는 생생한 환시 ③렘수면행동장애 ④자발적 파킨슨 증상 네 가지를 꼽고, 이 중 둘 이상이 있으면 '가능성 높은 루이소체 치매'로 봅니다. 뇌 도파민 운반체 영상(DAT 스캔)이나 심장 MIBG 검사 같은 보조 검사가 하나만 맞아도 진단에 무게가 실립니다.

⚠️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일반 항정신병약물(특히 할로페리돌 계열)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환시가 심하다고 함부로 처방하면 근육이 급격히 굳고 의식이 처지는 심각한 반응이 올 수 있어, 반드시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와 상의해 저용량 퀘티아핀 등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가족이 먼저 할 수 있는 일

진단명보다 중요한 건 낙상과 기립성 저혈압 관리입니다. 루이소체 치매는 혈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며 어지럽거나 실신하는 일이 잦아, 자다 일어날 때 천천히 앉았다 일어서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환시는 부정하거나 다투지 말고 "지금은 안 보여요, 같이 확인해볼까요" 정도로 담담히 받아주는 편이 환자를 덜 불안하게 합니다.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도네페질 등)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오히려 루이소체 치매의 인지·행동 증상에 반응이 좋은 편이라, 약물 선택 단계에서 이 진단명을 정확히 아는 것 자체가 치료의 절반입니다.

📖 이 주제는 제 책 『편두통 NOW — 편견을 깨다』와 『우리 집 신경과』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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